항공 안전의 사각지대: 한국은 왜 활주로 이탈방지 시스템(EMAS)이 없는가?

 

최근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국내 항공 안전 시스템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사고 이후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활주로 인근 구조물 개선과 안전 설비 강화에 즉각 착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사건은 "왜 이런 문제가 지금까지 방치되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특히, 많은 선진국에서 설치되어 있는 **활주로 이탈방지 시스템(EMAS)**이 국내에는 단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은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활주로 이탈방지 시스템(EMAS)란?

EMAS(Engineered Materials Arrestor System)는 활주로 끝단에 부서지기 쉬운 특수 물질로 만들어진 구역을 설치해,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났을 때 속도를 줄여주는 설비입니다. 이 시스템은 항공기의 무게와 속도를 효과적으로 흡수하여 비상 상황에서도 기체와 탑승객의 안전을 확보합니다.

• 주요 특징:
  • 항공기가 구역에 진입하면 바닥이 깨지면서 저항을 생성해 속도를 급격히 감소시킴.
  • 활주로를 벗어나는 사고를 예방하여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함.
  • 설치 비용은 높지만, 한 번의 사고를 방지함으로써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를 절감.
• 적용 사례:
  •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활주로 끝단에 305m의 여유 공간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 EMAS 설치를 의무화.
  • 중국, 일본, 유럽: 국제공항과 대형 활주로를 중심으로 EMAS가 이미 보편화.

---

우리나라 공항에는 왜 EMAS가 없을까?

1. 설치 비용과 예산 문제
   EMAS는 고도의 기술력과 자재가 필요해 설치 비용이 상당히 높습니다. 공항당 수백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설치 우선순위가 낮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2. 공간 부족
   EMAS는 활주로 끝단에 여유 공간이 없을 경우 이를 대체하는 역할을 하지만, 국내 공항은 설계 초기부터 공간 여유를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산지나 해안가에 위치한 공항이 많아 확장 자체가 어려운 현실입니다.
3. 사고 데이터의 부족
   국내에서는 활주로를 벗어나는 사고 빈도가 낮다는 이유로 EMAS 설치 필요성이 간과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무안공항 사고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음을 보여주었습니다.
4. 국제 안전 기준 준수 부족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활주로 끝단에 여유 공간 확보 또는 대체 시스템 설치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공항들은 이러한 권고 사항을 의무로 받아들이지 않아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국 사례와 비교: 우리나라는 왜 안전을 미루는가?

미국: 철저한 예방 시스템

미국은 활주로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합니다. 뉴욕 JFK 공항을 포함한 주요 공항들에는 이미 EMAS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FAA는 이러한 설비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며, 수십억 달러의 잠재적 피해를 줄인다고 평가합니다.

일본: 안전 투자 우선

일본은 해안가 공항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공간을 활용하여 EMAS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사고 이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두어 공항 안전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EMAS가 필요한 이유

1. 안전은 비용보다 중요하다
   한 번의 항공 사고는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초래합니다. EMAS는 초기 비용이 크더라도 장기적으로 사고로 인한 비용과 생명 손실을 방지하는 경제적 투자입니다.
2. 국제적 신뢰 회복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항공 허브를 지향하지만, 안전 기준이 미흡하다면 국제적인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EMAS 설치는 국제공항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3. 증가하는 항공 수요
   국내 항공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비용 항공사의 확대로 공항 사용이 더욱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안전을 위한 시스템 강화는 필수적입니다.

★결론: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우리나라 항공 안전 시스템은 이번 무안공항 사고를 계기로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해야 합니다. EMAS와 같은 활주로 이탈방지 시스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안전은 단순히 사고 이후의 보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정부와 공항 당국이 이제라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국내 공항 전반에 걸쳐 국제적 수준의 안전 시스템을 도입하길 기대합니다. **"안전은 투자이며, 생명을 지키는 약속"**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때입니다.